프로그램도 학습, 문화체험, 심리정서, 신체 활동 등 다양한 내용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부터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면서 부족한 공부를 보충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일요일에도 ‘카페 공간’ 개방과 한글 및 영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주배경 아동들의 부모 대상 한글 수업도 운영하게 되었다.
언젠가 다문화축제의 일환으로 열리는 강남시장 마을축제에 대한 기사를 읽으면서 ‘부천에도 다양한 장소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였는데 우연한 기회에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이곳이 위치한 강남시장은 여느 시장과 다름이 없었지만 입구를 지나면 베트남 음식이나 중국 식품 등 이국적인 가게들이 많아 마치 외국에 온듯한 느낌을 준다.
아이들 수업을 맡기로 한 첫날을 앞두고 제법 많은 걱정을 했다. 아이들과 잘 어울릴 수 있을지, 내가 준비한 수업을 좋아해 줄지 모든 것이 낯설고 궁금했다. 걱정이 무색하게도 내게 먼저 손을 내밀어 준 건 아이들이었다. 처음에는 어색해하다가 어느새 본인의 이야기를 하면서 웃어주었다. 매주 수업을 구상하고 준비물을 사 오는 것은 힘들었지만 그런 아이들이 있기에 나도, 다른 선생님들도 열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었다.
내가 활동을 시작한 2022년에는 ‘대학생 선생님’ 3명이 수업을 진행했다. 당시 수업은 2교시로 편성되었는데, 1교시는 한글 수업 위주로, 2교시는 실내 외 놀이로 각각 진행되었다. 가을에는 송편 빚기, 운동회 등 계절과 각 달의 특색에 맞게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놀이가 기획되었고, 아이들의 활동을 책자로 만들어 각 가정에 전달하였다.
대학생 선생님들이 다음 수업에 대해 의논할 때 가장 고려했던 부분은 아이들에게 한글을 어떻게 하면 쉽게 가르칠 수 있을지였다. 몇 주간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고, 마침내 칠판에 그림을 그린 후 낱말을 맞추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이 의레 그렇듯이 실력은 빠르게 늘었고, 자신감이 붙은 아이들은 일상에서도 한글을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필자는 세상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 그리고 어른이 된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많은 것을 보고 배우러 다녔기에 풍부한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아이들도 그 나이 때 할 수 있는 많은 경험을 할 기회가 주어지길 희망했다. 우리는 미술, 공놀이, 자연물 관찰하기 등 다방면의 활동을 준비했고, 유치원 교사 경험이 있는 선생님들의 자문을 받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재구성했다.
그리곤 나의 학교 수업이 바빠져 잠시 모다교실을 떠나야 했다. 가끔 카카오톡으로 날아오는 소식으로 미뤄보아 베트남에서 온 이주배경 아동이 대다수인 것을 고려해 베트남어를 할 줄 아는 선생님이 합류해 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았고, 각 분야의 전문가 선생님들이 체계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졸업을 앞둔 겨울, 나는 다시 그곳을 찾았다. 아이들은 금방 자라고, 금방 모든 것을 잊어버리기에 내가 건넨 첫마디는 나를 기억하냐는 물음이었다. 그때 한 아이가 “생일 축하해요. 선생님”하고 말했다. 카카오톡에 뜨는 날짜를 보고 기억을 한듯했다. 그 순간, 내가 받았던 그 어떤 생일축하보다 의미 있고, 감동이 밀물처럼 번졌다.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들에 대해 아이들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로부터 약 3개월간 나는 새로운 수업을 진행했다. 가장 호응이 좋았던 것은 ‘나라 맞추기 퀴즈’였는데 세계 여러 나라의 랜드마크와 국기의 의미를 설명해 주면서 마지막에 퀴즈를 맞힐 수 있도록 참여형 수업으로 준비했다. 나중에 가장 큰 목소리로 대답해 준 아이에게 물어보니 여행 다니는 느낌이 나서 설렜고, 부모님이 태어난 나라도 알게 돼 더욱 반가웠다고 했다.
되돌아보니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나는 아이들의 성장을 보았고, 그 속에서 뜻밖의 위로와 감동을 받았다. 한국말을 하는 것조차 어색해하며 머뭇거리던 아이들은 이제 주위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누고, 자신 있게 생각을 발표해 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있는 듯했다.
활동을 지도해 주시던 한 선생님은 “예전에 마을에 아이가 태어나면 다 함께 길렀던 것처럼 이곳의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믿을 수 있는 어른으로 남아 언제든지 의지할 수 있는 버팀목 같은 존재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마을의 의미가 다소 퇴색된 요즘, 공동체의 가치를 상기시키며,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나가는데 이 활동이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나 역시 이곳에서 누군가의 유년기에 좋은 추억으로 남아줄 수 있기를 바라며, 아이들이 언제든 의지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어른으로 기억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우리 지역의 청년들 역시 지역사회의 보살핌 속에서 성장해온 것처럼, 이제는 청년들이 그 보살핌을 또 다른 우리 후배들에게 나눠주는 시간과 경험을 축적해보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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