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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를 씹어 먹은 강달영의 기개
기사입력  2019/09/04 [13:21] 최종편집    서승갑 논설위원
▲ 서승갑  논설위원

제2차 조선공산당의 핵심 요원인 강달영은 바나나 장사로 변장하여 일제 감시망을 피했다. 강달영을 추적한 일본 경찰은 바나나 장사가 증권점에서 돈을 찾으려는 순간 따라 붙었다. 일본 형사가 갑자기 “어이, 강달영이” 하고 부르는 순간 무의식 중에 뒤를 돌아보자 검거되었다.

 
1925년 12월 화요회 진주야체이카의 강달영은 서울로 상경하였다. 제1차 조선공산당은 신의주 사건으로 지도부가 검거에 내몰렸기 때문이었다. 김재봉은 강달영에게 조선공산당 책임비서의 승계를 부탁하였다. 강달영은 이를 수락하고 6.10만세 운동을 추진하였다.

 
조선공산당 운동은 독립운동의 방향 선회를 의미하는 동시에 조선공산당 하부 조직의 다층화를 상징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사회주의 운동은 국제공산당 코민테른과 연계시켜 강력한 투쟁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일제하 식민지사회에 파급력이 막대한 것이었다. 이런 연유로 식민지 권력은 사회주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였다. 아관파천 이후 일본은 러시아와 경쟁관계 구도를 재현하려는 시도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제하 사회주의 운동자들은 외적으로 외교 역량을 확대하는 한편 내적으로 식민지 모순을 해결하려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기존의 민족주의계열 운동인 식민지자치론, 민립대학설립운동.물산장려운동의 추진력은 약화되는 상황이었다. 새로운 대안으로 모색된 1920년대 사회주의 운동은 실천성에서 공감대를 확산할 수 있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강달영이 차지하는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조선공산당 제2차 책임비서 강달영은 낮에는 일본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아이스크림과 바나나 장사를 하였다. 밤이 되면 산중에서 비밀연락 회의를 개최하여 6.10만세 운동을 추진한 것이다.

 
서대문경찰서 요시노 경부가 냄새를 맡은 것은 1926년 7월이었다. 이때부터 일본 경찰과 한인 사회주의자들의 수 싸움이 시작되었다. 일본 경찰은 감시망을 강화하는 한편 사회주의자들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일본 경찰은 명동 주식거래소에 270원을 예치했다는 사실을 입수하여 계속 감시하는 중이었다.

 
보름이 지나고 17일 저녁 바나나 장사가 주식거래소에 찾아들자 의심한 일본 경찰이 은밀히 포위한 후 뒤를 밟았다. “어이, 강달영이!” 하고 부르는 소리에 뒤를 본 순간 일경이 덮쳐 피하지 못하고 체포되었다.

 
강달영은 취조 과정의 기싸움에서 일본 경부 요시노를 압도하였다. 일차적으로 입을 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갖은 협박에도 겁먹지 않았다. 요시노는 조직원인 보성고등보통학교생 집에서 발견한 암호화된 공책을 드리밀면서 자백을 강요하였다.

 
그러나 요시노가 방심한 사이 강달영은 공책을 찢어 입에 넣어 씹어 삼켜버렸다. 그런 다음 머리를 책상에 부딪쳐 자해를 하였다. 요시노는 기가 질렸고, 더 이상의 취조는 진전되지 못했다. 민족주의자로 알려진 일부 인사는 고춧가루, 물고문을 시작하기도 전에 술술 불어, 밀정 역할을 한 것과는 상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강달영이 코민테른에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조선공산당 보고서에 따르면 당원이 256명에 달했다고 한다. 정당원은 146명이고, 후보당원이 119명이었으며, 세포조직인 야체이카는 29개였다. 이것은 독립운동의 흐름이 사회주의로 갈아탔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다.

 
취조 중 4차례나 자살을 기도한 강달영은 6년형을 언도 받고 감옥 생활을 하였다. 고문으로 인해 정신이상을 겪던 강달영은 1932년 겨울에 출옥했다. 후유증에 시달리던 강달영은 해방을 3년 앞 둔 1942년, 독립된 조선을 보지 못하고 끝내 생을 마감하였다. 하지만 조선 정신을 보여 준 강달영의 기개는 지금도 숙연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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