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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기념만 할 것인가?
[망치와 송곳] 부천의 미래 청소년 작가를 키우자
기사입력  2019/06/10 [08:28] 최종편집    구자룡 편집주간.시인
▲ 구자룡 편집주간·시인 

요즘 작가들은 문학이 죽었다고 말을 한다. 시집이 팔리지 않는다. 소설책도 팔리지 않는다, 문학이 할 일이 없어지고, 작가가 할 일이 없어진 것이다. 예전에 밤을 새워 소설을 읽던 사람들은 이제 늙어버렸고, 청년들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되는 것이 꿈이다.

 
문학소년 소녀를 꿈꾸던 시절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인생을 진지하게 고민하던 문학은 구석에 쳐 박혀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여곡절 끝에 부천시는 동아시아 최초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가 되었다

 
2017년 11월에 선정 기념식을 했으니 벌써 3년이 다 되어간다. 그 날, 기념식 자리에서 설훈 국회의원은 “부천 시민도 잘 모르는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선정 기념식이 너무 빈약하다”면서 “기념식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대한 기념식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성대한 기념식이 대수랴! 부천의 작가들은 문학창의도시로 인해 죽어가는, 한국의 문학이 소생할 줄 알았다. 한국문학의 활력소를 부천이 살렸으면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문학창의도시는 탁상공론이었다.

 
지금 부천시가 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고 씁쓸하다. 언제부턴가 그 명칭도 ‘문학창의도시’에서 ‘문학’을 뺀, ‘창의도시’가 되었다. 이유가 있을 텐데 설명이 없다. 그런가 하면 지정 된지 3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까지도 기념식만 하고 있는 현실이다.

 
부천시립예술단은 지난 3월 15일 때늦은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선정 기념으로 <봄맞이 가곡의 밤>을 한 적이 있다. 이때 문학창의도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친일파 작곡가들의 곡을 대거 공연하려다가 본지를 비롯한 시민들의 저지로 하루아침에 부랴부랴 다른 작곡가의 곡으로 바꾸어 공연하는, 한바탕 소동을 벌인 적이 있다.

 
그 와중에 그래도 부천의 시인 이천명의 시, <원미산 진달래>를 서울신학대학교 이문승 교수의 작곡으로 공연을 하여 다행이었지만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선정 기념이 무색할 정도였다. 이에 대해 부천시 시립예술단은 아직도 사과 한마디가 없는 상태다. ‘관행慣行’이란다. 그러나 잘못된 관행이라면 고쳐야 한다.

 
그런데 6월 13일 부천시 시립예술단 부천필하모니오케스트라에서 또 ‘부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선정 기념’이란 슬로건을 내 걸고 시민회관에서 공연을 한다. 해설음악회의 주제는 <클래식 음악! 문학에 취하다>로 문학의 도시 부천이 동아시아 최초로 세계 유네스코가 지정한 문학창의도시로 선정된 기념으로 마련되었다. ‘문학의 나라’ 영국의 음악을 공연한다.

 
연주곡은 2곡인데 그 중 한 곡은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이다. 이 곡의 탄생 비화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엘가는 피아노 앞에 앉아 공상에 빠져 뭔가 단편적인 음을 즉흥 연주하였는데 곡을 들은 엘가의 아내가 “그 멜로디 마음에 드니까 한 번 더 쳐봐요”라고 했단다. 몇 번 치고 난 뒤 엘가 자신도 흥미가 동했는지, 이내 즉흥적으로 변주를 시작하여 이듬해에 연주 시간 35분짜리 대형 관현악 작품으로 완성시켰다고 한다.

 
두 번째 곡, 멘델스존의 <교향곡 제 3번 작품 56 ‘스코틀랜드’>는 1842년에 작곡한 작품으로 3월 3일 라이프치히의 게반트하우스 연주회에서 멘델스존의 지휘로 초연되었다. 그리고 이 곡은 당시 영국의 여왕이었던 빅토리아 여왕에게 헌정되었고 한다.

 
그런데 두 곡 모두 아무리 양쪽 귀를 후비고 들어도, ‘문학창의도시 부천’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인다. 문학의 나라 영국이라면 문학을 들려주어야지 왜 하필이면 음악인가?

 
 참, 딱하다. 문학창의도시로 선정된 것이 언제인데, 때늦은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선정 기념공연도 문제지만 차라리 수주 변영로의 <논개>라든가 또는 정지용의 <향수> 등 부천과 관계되는 문인의 작품을 어느 한 구석이라도 끼워 넣었으면 좋으련만 시립예술단은 그런 아량도 없는 것 같다. 

 
차라리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선정 기념’이란 말을 붙이지 말든가. 아니면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선정 2주년 기념’처럼 분명하게 표기하던가 해야지, 이도저도 아니면서 시민들에게 혼란을 부추기는 것은 무엇인가? 이것이야 말로 우리 것은 시시하고 남의 나라 것은 우월해 보이는 사대주의 사상에서 발로된 것은 아닐까?

 
부천시는 예산이 남아도는가? 왜 예산을 낭비하면서까지 부천 시민을 우롱하는가, 이런 행사는 문학창의도시를 빙자한 ‘빛 좋은 개살구’ 일뿐이다.

 
‘빛 좋은 개살구’는 또 있다. 부천시는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를 홍보한다면서 1억여 원을 들여 홍보탑을 부천 관내에 세 개 씩이나 세운다고 한다. 제발 이런 보여주기 식의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실속 있는 행사를 했으면 한다.

 
부천 계남고등학교에서는 대학 문예창작과로 진학하려는 학생을 위한 특별한 공부 모임이 있다고 한다. 대학입시를 위해 예체능(음악, 미술, 무용, 체육 등)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도 작가가 되기 위해 문예창작을 공부하는 곳이 따로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다.

 
얼마나 기특한 일인가! 문학이 죽었다고 하는 이 시대에 작가가 되기를 꿈꾸고 있는 젊은이들이 얼마나 대견하고 희망적인 것인가! 부천시가 진정으로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라면, 주제와 내용이 별개인 ‘기념공연’만 하지 말고 그 예산을 차라리 미래 부천을 빛낼 작가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그래서 앞으로 부천 출신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배출된다면 이 얼마나 영광이고, ‘문학창의도시 부천’의 명성을 입증하는 일 아니겠는가!

 
현재 부천에 거주하는 작가들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미래의 작가인 것이다. 요즘 많은 청소년들이 연예인을 꿈꾸고 있는 이때, 부천시가 미래의 작가가 되겠다는 젊은이에게 힘을 실어주었으면 한다. 물론 수주문학상도 중요하지만, 문학창의도시가 되었으니 이제는 부천의 미래를 빛낼 작가를 찾아내는데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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