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제26회 수주문학상, 유현성 시인 당선

유현성 시인의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 강산에> 뽑혀
시상식은 11월 2일 오후 3시 수주문학관에서 개최

나정숙 기자 | 기사입력 2024/09/08 [09:05]

제26회 수주문학상, 유현성 시인 당선

유현성 시인의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 강산에> 뽑혀
시상식은 11월 2일 오후 3시 수주문학관에서 개최

나정숙 기자 | 입력 : 2024/09/08 [09:05]

제26회 수주문학상 당선작,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전문 

 

여기의 동물들은 거짓말을 사고 판다. 훌륭한 거짓말은 세계에 신빙성을 더해줌으로 우리에게 더욱 현실적인 진실은 필요가 없다.

 

토끼의 경우 

 

어렸을 적 불렀던 노래 가사가 금서에 일부라는 것을 토끼는 알고 있다. 생산라인 A동에서 머릿속으로 가사를 부르며 토끼는 유물들 위로 공업용 거짓말을 붓는다. 공업용 거짓말은 3% 정도의 사실로 구성된 액체 유형의 말로 발음되는 휘발성이 매우 높아 늘 공업용 마스크를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독성의 거짓말에 감염될 수 있어 대화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생산라인 B공장의 한 구석에는 필리핀 앵무새를 사육장에 가둬 두고 약간의 사실과 함께 거짓말을 읊게 하는데 이때 흘리는 침을 모아 90% 이상의 거짓 농도로 압축해 드럼통에 담는다. 이것은 악취가 매우 심하며 필리핀 앵무새들이 가끔 괴롭다고 이야기하면 방독면을 부리에 씌우고 한동안 휴식을 취하게 한다.

 

생산된 거짓말 드럼통은 제약 회사에서 코미디언을 위한 알약으로 판매된다. 코미디언들은 대체로 긴장하면 진실을 내뱉기 마련이라 우환청심환처럼 해당 알약을 복용해 유려한 유머를 선사한다. 웃음이란 건 대체로 진실된 경우가 많다. 체내에서 거짓말을 해독하면서 나오

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이 되자 토끼는 공장 뒤 편으로 가 담배를 태운다. 비가 내린다. 공장 내부는 안전처럼 침묵이 가장 중요함으로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토끼는 연기와 함께 말을 내뱉는다. 강물에 몸 던져 쓴 편지는 어디로 흘러가나

 

코끼리의 경우

 

코끼리는 코가 손이래. 

과자를 주면 코로 먹지요.

 

유서 깊은 노래가 코끼리에 대한 예언을 한다. 예언은 유예된 거짓말이라서 예언의 시간이 되지 않으면 거짓일지, 진실일지 모른다. 오늘도 코끼리는 그 시간을 기다린다.

 

코끼리는 코가 손이라서 인간들은 코끼리코를 하고 빙빙 돈다. 한쪽 손으로 코를 잡고 다른 손으로 코끼리 코를 만든다. 회전하는 인간들의 어지러움은 마치 원심분리기처럼 거짓된 마음을 뽑아내는 장치와 같다. 

 

코끼리는 고무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나라에서 가장 많은 거짓된 마음을 생산한다. 마음은 먹기에 달렸으므로 코끼리는 마음을 주면 코로 먹는다. 코로 먹은 마음은 엔돌핀을 생산하며 이 엔돌핀은 거짓말을 하는데 아주 큰 도움을 준다. 코끼리의 조증은 거짓말의 증상이다.

 

코끼리는 마음에 취해 꽤 오래 일어나지 못한다. 육중한 몸을 코로 몸을 일으키는 것이 불가능함으로 앉은 채로 비틀거린다. 그 시간이 왔다.

 

코끼리는 코가 손이래. 

이 말은 거짓말이 아니라서 수출 품목에 해당 되지 않는다.

과자를 주면 코로 먹지요. 

반쯤은 맞는 말이라서 원숭이는 야유하며 바나나 껍질을 던진다.

 

원숭이의 경우

 

이 원숭이는 코끼리 띠다. 십이지신 중에 거짓말을 한 동물은 쥐라서 이 나라는 쥐를 잡지 않는다. 원숭이는 속이기 위해 거짓된 표정을 지을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래서 진심을 가질 수 있다. 진심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사랑을 할 줄 안다는 것이다. 사랑을 할 줄 안다는 것은 불행한 것이다.

 

원숭이는 유일하게 동물로 수출된다. 수출된 원숭이는 필요에 따라 TV에 등장하며 TV는 과도한 현실을 보여준다. 과도한 현실에 따라 사상이 구축되는 이 동물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혼란에 빠진 것은 쥐들이었다. 쥐들은 드럼통 속에서 서로를 잡아먹었다. 너무 많은 생존의 진심들이 가득해서 세상을 위협할 수 있었다.

 

원숭이는 이때 이 드럼통을 관리한다. 도시의 인간이 쥐를 관리하는 방법과 유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실 거짓말이다. 코끼리 띠 인것도, 그래서 원숭이로 하자는 것은 모두 코끼리 빼고 결정한 것이었다.

 

인간의 경우 진실을 폭로하기 위해서 이 드럼통을 도시에 떨구기도 한다. 드럼통이 터지면 생존한 단 한 마리의 쥐가 배를 두드리며 노래한다. 강물에 몸을 던져 쓴 편지는 어디로 흘러가나, 코끼리는 코가 손이래. 과자를 주면 코로 먹지요. 어린이들은 이를 따라 부른다. 공장에서 탈출한 앵무새가 창공을 날며 이를 따라 부른다. 독재자가 예언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강물에 몸을 던져 쓴 편지를 읽은 것이다. 역사는 흐른다

 

▲ 유현성 시인

제26회 수주문학상 당선작에 유현성 시인의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가 선정되었다. 수주문학상운영위원회는 지난 8월 30일 제26회 수주문학상 당선작을 발표했다. 

 

수주문학상은 부천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한국 근현대문학을 개척한 선구적 문필가인 수주 변영로(1897~1961)를 기리기 위해 1999년 제정된 시 문학상으로 매년 1명의 시 작품을 선정해 시상하는 국내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올해 수주문학상 공모에는 443명이 총 3,529편의 작품을 응모해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유현성 시인의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를 당선작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고명철 문학평론가는 “기성 시단의 작품들과 다른, 응모자가 아니면 감히 누구도 주저할 수밖에 없는 미적 도발을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했고, 정끝별 시인은  “시인만의 분방한 개성, 유장한 호흡과 분출하는 에너지, 긴 시임에도 시의 밀도를 놓치지 않은 시적 긴장, 경계가 없어 보이는 시의 스케일을 높이 평가했다. 무엇보다 시적인 여운 혹은 잔상이 오래 남는다는 점, 시인의 다음 시가 궁금하다는 점이 큰 미덕이라 생각한다. 이 신예 시인의 가능성이 더욱 궁금하다”는 심사평을 남겼다. 

 

유현성 시인은 당선 소감에서 “나의 이 중얼거리고 웅얼거리는 말놀이를 누군가는 좋아해 주지 않을까. 그렇게 믿고 산 지 15년이 다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나의 말놀이에 돌을 던지는 자가 많아서 나는 피멍 생기듯 웃음이 난다. 내가 쓴 글을 종이에 적어 ”호외요, 호외“하며 알릴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나는 금수처럼 울었을 진데, 금수에게 돌을 던지는 것은 그저 사람의 호기로움이 아닐까 싶어서. 나는 내 주위에 생긴 이 돌무덤을 사랑하기로 하였다”면서 “호외를 들어준 심사위원을 비롯한 모든 지인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누가 되지 않도록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유현성 시인은 1993년 경기도 남양주에서 태어나 건국대 국어국문학과 학사 및 석사과정을 졸업했으며, 박사과정을 수료했다(현대소설 전공). 2022년 <스케치-기린의 생태계>로 현대경제신문 신춘문예 당선되었으며, 2022~2023년에는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을 지원받았다. 현재 한성대 ‘사고와표현글쓰기연구원’이자 문화예술 기업 크리에이시드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제26회 수주문학상 시상식은 11월 2일 오후 3시 수주문학관에서 열린다. 당선자에게는 상장과 상금 1천만 원이 수여되며, 당선작은 월간지 <현대시>에 게재된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포토뉴스
이동
메인사진
제1회 전국 육아 동영상 공모전 개최
  • 썸네일
  • 썸네일
  • 썸네일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