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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한국 국회에는 왜 ‘낸시 펠로시’가 없을까?

부천시민신문 | 기사입력 2023/12/21 [22:11]

[독자투고]한국 국회에는 왜 ‘낸시 펠로시’가 없을까?

부천시민신문 | 입력 : 2023/12/21 [22:11]

▲ 고일용 부천시민·자유기고가 

외신을 통해 우리는 아주 깔끔하면서도 엄중한 이미지의 미국 여성 정치인을 본 적이 있다. 미국에서 대통령과 부통령 다음가는 권력 서열 3위의 미연방 하원의장인 낸시 펠로시이다. 대내외적으로 권한이 막강한 자리이다.

 

하원 민주당 대표였던 그녀는 2007년 시작되는 제110대 회기부터 미국 연방 하원의장에 취임했다. 미국에서 역사상 가장 높은 지위에 오른 여성이 된 것이다. 미국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양대 정당의 원내 총무가 되었고, 그 후 2003년 하원 민주당 대표로 선출되어 하원에서 민주당 최고 자리에 올랐으며, 공화당 정권과 대립하였다.

 

그녀는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의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 정책을 비판하고 가톨릭 신자면서도 동성결혼이나 낙태를 적극적으로 찬성하였다. 2018년 미국 하원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공화당을 누르고 승리하여 하원 다수당 지위를 되찾음에 따라 2019년 1월 3일, 다시 하원의장으로 선출되었다.

 

이와 비슷한 인물이 대한민국에도 있다. 

 

제21대 국회 전반기 국회부의장으로 선출되어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국회부의장이 된 인물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부천시병선거구 의원으로 제18대부터 내리 4선을 지낸 김상희 의원이다. 특히 제21대 총선에서는 60.55%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2위 후보와 20% 이상의 격차를 보이며 당선된 인물이다. 그만큼 지역에서 ‘소사댁’이라는 애칭과 더불어 신망과 존경을 받는 여성의원이다. 

 

2020년 5월 15일, “국회의장단에 최초의 여성의원으로 참여함으로써 여야의 적극적인 소통과 대화의 가교역할을 하겠다”, “2020년은 성평등 국회의 원년이 되어야 한다”며 국회부의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이후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국회부의장이 탄생하게 된다. 실제로 여당 여성의원들까지도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고 한다.

 

하반기 국회에서는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 등 각종 현안에서 매섭고 날카로운 의정 활동을 하고 있다. 과거 한국여성민우회에서 활동하는 등 여성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고 성폭력특별법 제정과 호주제 폐지 등 여성 관련법 제정 및 개정에 기여하여 2005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기도 했다. 김상희 의원과 관련된 일화 한 가지는 그녀의 보편적 인권과 차별 폐지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보여준다.

 

용혜인·오영환 의원과 함께 '아동돌봄체계 개선 국회 토론회‘를 공동 개최한 적이 있는데, 김 전 부의장은 이 자리에서 호주 상원 의회 본회의장에 갓난아이를 데리고 와서 모유 수유를 했던 라리사 워터스 의원을 언급하며 “대한민국에는 용감한 용혜인 의원이 있습니다. 용혜인 의원이 발의한 ‘국회 회의장 아이동반법은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에 성역은 없다’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라고 발언했던 것.

 

그 외에도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 및 일·가정양립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하는 등 여러 개혁 입법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인권, 특히 여성 및 사회적 약자의 인권과 권리 보호를 위해 노력해 왔다. 평소 여야를 아울러 소통이 가능한 몇 명 안되는 정치인 중의 한 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다선을 통해 축적된 정치적 경륜은 ‘정치 없는 정치’라는 현 여의도 정치 문법에서 소통과 협치의 공간을 마련해 줄 수 있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런 의미에서 단순히 성등평이라는 상징으로서뿐만 아니라, 여야를 떠나 ‘자애로운 어머니 같은 존재’로서의 정치적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그녀라고 여겨진다. 

 

제22대 국회에서 헌정사상 최초의 한국판 낸시 펠로시를 기대해 본다. 이제 그럴 때도 된 것이 아닌가.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장은 의전 서열 2위다. 막가파식의 윤석열 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입법부 수장으로서, 그리고 자유낙하하는 국격을 그나마 끌어 올릴 인물로서 김상희는 분명히 매력적이다. 물론 야권이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독자투고는 본지의 입장과는 무관하며, 개인의 입장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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