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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의정활동에 대한 시민참여의 목표와 방향성

[특별기고]

정현주 전 화성시의원 | 기사입력 2022/08/26 [22:19]

지방의회 의정활동에 대한 시민참여의 목표와 방향성

[특별기고]

정현주 전 화성시의원 | 입력 : 2022/08/26 [22:19]

▲ 정현주 전 화성시의원 

「지방자치법」 제17조 제1항은 “주민은…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의 결정 및 집행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에서 ‘정책의 결정’이란 의사결정 기구인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전 과정을 ‘집행과정’이란 지방의회의 의결에 따라 결정된 그 정책을 지방 공무원들이 수행하는 공무의 전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법」이 주민참여 권리를 명확하게 규정한 것은 동법 제1조를 구체화한 것이다. 지방정부가 지방행정을 수행하는 전 과정에서 주민참여를 보장하는 것은 행정이 민주적으로 수행돼야 우리나라가 민주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이는 헌법 제1조가 규정한 국민주권과도 같은 의미를 지닌다. 지역 단위에서는 시민이 주권자로서 지방행정에 민주적으로 참여할 권리를 「지방자치법」이 보장하는 것이다. 결국 지방정부에 대한 시민참여는 의심의 여지 없이 법률이 보장하는 주권자로서의 시민의 절대적 권리에 해당된다. 

 

현재 지방의회의 의정활동에 대한 시민참여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반가운 소식이다. 그렇다면 지방의회의 의정활동과 관련한 시민참여의 목표와 방향성을 설정하기 위해 우리의 시선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고민이 동반돼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참여 활동의 목표와 방향성을 설정하기 전에 우리에게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현행 지방자치제의 이해

 

첫째, 지방자치가 부활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일관되게 중앙정부의 사무가 지방으로 대폭 위임되었고,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은 나날이 확대 강화되었다. 그 결과 지방행정의 장이 수행하는 정책 사업들이 확대되고 다양화, 전문화되었으며 예산도 대폭 증가하였다. 특히 사무 위임에 따라 지방정부가 분담하는 중앙정부의 예산 규모는 전체 예산 중 50%가 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지방정부가 수행하는 정책 사업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단순치 않은 영역이 되었다. 지방자치제에서 정부 간의 관계는 중층적 구조이며, 권한은 분권화되는 복잡성을 가진다. 사업 대상은 외교, 사법, 국방을 제외한, 지방정부가 우리 시민들의 생활세계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 분야라고 이해하면 더 쉬울 것이다.

 

둘째, 지방의회의 위상에 대한 이해도 필수적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의회기관과 지방행정기관이 대립적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나라 지방의회는 헌법 제118조 제1항인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에 근거한다. 지방의회가 구조적으로 단체장의 하위구조에 위치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의회는 단체장과 대등하거나 독립적인 지위에 있지 않다. 헌법이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의회기관과 지방행정기관으로 구성된다”고 규정돼 있다면 지방의회가 법적으로 독립성을 보장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로서는 개헌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지방의회가 국회처럼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다는 것은 한낱 낭만적인 상상에 불과할 뿐이다. 

 

셋째, 헌법에 따라 지방의회가 갖는 구조적 한계는 흔히 ‘강(强) 시장, 약(弱) 의회’라는 말로 요약된다. 지방의회가 갖는 구조적 한계뿐만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이 갖는 권한에 비해 지방의회의 권한은 상대적으로 미비하며 매우 제한적인 자율권만 갖고 있을 뿐이다. 중앙정부의 권한을 지방정부에 위임하기 위해 법률이 제·개정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지방자치단체장의 권한은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 강화됐지만 지방의회의 권한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방의정활동과 평가 

 

지금까지 지방의회에 대한 의정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배경을 간략하게 소개하였다. 한 가지 추가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지방의원을 어떤 관점으로 봐야 하느냐의 문제이다. 지방의원은 전문적인 영역에서 활동한 경험이 풍부하더라도 선출되는 그 순간 자신의 생활세계라는 삶의 장에서 지방자치의 장으로 삶과 활동의 중심축이 이동하게 된다. 그런 만큼 의원 개인은 지방행정의 장이 낯선 세계가 될 수밖에 없다. 의원 개인은 행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할 뿐만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매우 제한적인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원은 고도로 집중화되고 다양하고 복잡해진 지방행정 세계를 학습할 기회를 갖기 어렵다. 그렇다고 공천권을 행사하는 정당이 지방의원이 알아야 할 필수적인 행정 일반을 학습할 기회를 주는 것도 아니다. 

 

지방의원이 의정활동 과정에서 겪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자발적이며, 독자적인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의원 개인의 역량이 뛰어날수록 민의를 대변하고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제에 구조적으로 내재된 한계와 의원 개인이 처한 현실을 감안하면 그들이 시민의 대표 자격으로 민의를 대변하는 의원으로서의 정체성을 재구성하고 역량을 키우기 위한 방안이 절실하다. 의정활동이 의원 개인만의 역량과 몫이 아닌, 지역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의제를 발굴하고 상호작용하면서 함께 성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선 지역 시민들이 지방 의정활동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조직이란 가치와 정체성을 알 수 없는 다수의 사람이 모인 집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조직이 추구하는 정체성을 갖추고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서로가 친밀감을 형성하고 관계 맺기를 위한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지방정부의 역할을 이해하기 위한 학습과 토론이 항시적으로 병행돼야 한다. 시민이 의정활동에 참여하려면 기본적으로 지방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과 그에 따른 집행 전 과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지방자치를 규정한 법률 등을 알아야 하고, 지방행정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단, 이 과정을 거친다해도 단기간에 역량이 배양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론적으로 지방의회는 지방정부를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현상적으로 지방의회가 집행기관을 통제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진실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지방의회의 의정활동에 참여하려는 시민조직은 지방의회 너머에 존재하는 지방 관료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지방 관료들은 의원에 비해 행정에 대한 전문지식이 월등히 많을 수밖에 없다. 경력이 축적되는 만큼 역량도 강화된다. 무엇보다 구조상 지방 관료들은 의원에 비해 고급정보를 더 많이 축적하고 있다. 그와 함께 지방 관료들은 중앙 관료들과의 연합체로 이해돼야 한다. 지방 관료들은 자신들의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공식·비공식적으로 협력하고 연대한다. 

 

그들은 한 마디로 지방 행정관료 권력으로 지방의회의 의정활동 과정에서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는 존재로 규정할 수 있다. 한 마디로 초보자인 의원이 전문가 집단인 지방 행정관료 조직을 통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지방의원은 단체장이 같은 당 출신일 경우 정치적인 입장을 함께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지방의원이 상대적인 자율성을 가진 지방 행정관료 조직을 통제하면서 민의를 대변하기에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높기만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지방의회의 의정활동에 참여한 후 사후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과제가 남는다. 평가는 객관적 입장을 지향하는 양적 평가와 현장의 상황과 맥락을 중시하는 질적 평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흔히 양적 평가란 실증주의로 연역적 방법론에 근거해 기계적인 객관성을 획득하려는 시도를 말한다. 양적 평가는 관찰자와 관찰 대상자와의 관계를 이원성이라는 대립적인 관계로 가정하고 관찰을 수행한다. 반면 질적 평가는 귀납적 방법론으로 이원성을 거부한다. 대신 일원론적 주관주의적 인식론에 의존하면서 현상보다는 수면 아래에 은폐돼 있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상황과 맥락을 중시하며 심층적 분석을 위해 노력하는 입장이다. 즉 관찰자는 ‘저기’가 아닌 ‘여기’라는 현장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당사자와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그 안에 속한 한 일원으로서 자율성에 근거해 구성되며 만들어진 관찰자 조직이 되는 것이다. 

 

참여 관찰자인 시민조직은 지방의회의 의정활동에 참여하는 행위를 객관자로 설정된 감시자 역할에 한정시켜서는 안 된다. 주요하게 또 다른 관찰 대상인 지방행정 관료조직을 배제해서도 안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그들 또한 일원론적 입장에서 봤을 때 권력을 가지고 지역의 공적 일을 수행하는 직접적인 행위자 역할을 하면서도 지방의회에서는 의정활동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지방의회의 의정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은 지방의회라는 현장에서 민의를 대변해야 할 시민대표인 의원과 그 대상인 지방행정 관료조직 그리고 참여 관찰을 수행하는 시민조직이 서로의 권한과 권리를 실행하는 복합적인 입장을 가진 각 주체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때문에 필자는 지방의정 활동에 참여하는 행위를 명확하게 참여관찰자 입장에 서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자 소개

6대 화성시의원

현)화성시의회 자문위원

현)가칭 ‘자치와 실천 사회적협동조합’ 연구이사

현)화성시의회 의정모니터링 단원

저서, 『지방자치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정한책방,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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