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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 하위급 공무원들의 절규(?)

부천시 ‘공직문화’ 이대로 좋을까?...‘성인지 감수성’ 부족 실태
구태의연한 공직문화 개선 필요...영화 <투캅스> 재발되지 않길

구자룡 편집주간·시인 | 기사입력 2021/12/13 [05:23]

부천시 하위급 공무원들의 절규(?)

부천시 ‘공직문화’ 이대로 좋을까?...‘성인지 감수성’ 부족 실태
구태의연한 공직문화 개선 필요...영화 <투캅스> 재발되지 않길

구자룡 편집주간·시인 | 입력 : 2021/12/13 [05:23]

일선 공무원들의 인기(?)투표

 

▲ 부천시청 하급 직원들이 간부(상급) 공무원들에게 건의하는 내용들   © 부천시공무원노조 제공

 

최근 부천시 공무원노조가 의미심장한 발표를 하나 했다. 매년 1회 발표하는 내용이긴 한데 올해 더욱 눈길을 끈다. 바로 공무원노조가 실시한 상급 공무원 상대로 소위 인기투표(?)를 진행한 내용이다. 예전과 달리 요즘의 공무원노조는 직급에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어 6급 이하의 하급 직원만 참여하지는 않는다. 또한 이번 조사는 거의 모든 직원들에게 설문지가 배포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답변지가 얼마나 수거되었는지는 확인이 어렵다. 그렇다하더라도 간부 공무원을 평가하는 것인 만큼 하급 직원들의 참여가 많았던 것으로 믿고 이 글을 쓴다.  

 

이번 발표에서 특히 관심을 끄는 항목이 있다. 으뜸에 반대되는 공무원 중에서 ‘개선 요망’이라는 부제를 단, 이름도 못 밝히고 당사자의 특징으로만 설명한 것이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말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세월이 변한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성격은 좀 다르지만 갑자기 1970년~80년대 학교에서 선생님을 상대로 아이들이 투표를 했던 일이 떠오른다. 학생들은 학기가 끝나는 12월이 오면 선생님을 상대로 나름의 투표를 한다. 다시 말해 이것을 두고 당시에는 인기투표라고 했다.

 

내가 근무하던 곳이 여학교라 그런지 1등은 당연히 총각 선생님이었고, 예쁘고 젊은 선생님들이 그 뒤를 이어갔다. 나도 젊었을 때는 시를 쓰는 시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몇 번 등수 안에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그것도 세월이 흐르니 ‘말짱 도루묵’이었다. 아이들의 생각도 변하고 선생님들의 의식도 변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왕년에 내가 말이야…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잘했다고 등수 안에 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명을 공개하지 않은 항목이다. 설문의 원칙이란 잘했든 못했든 그 이름을 공개해야 마땅한 일이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공무원노조는 실명을 공개하지 않고 특징적인 설명에 그쳤다. 물론 안다. 실명을 공개하면 당사자 입장도 곤란하고 미안할 것이고, 또한 노조의 입장도 어색할 것이다.

 

그 중에서 하급 공무원들은 상급 공무원에게 무엇을 ‘개선’ 했으면 좋겠고, 무엇을 ‘요망’ 하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한번 보자. “▲‘라떼’ 생각하지 마시고 부당한 업무 지시하지 마세요 ▲윗사람 신경 쓰지 마시고 아래 사람들에게 더 잘 해 주세요 ▲직원들이 너무 자기 부하라는 인식을 안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직원들은 부하가 아니라 동료입니다”라는 표현이 붙었다. 

 

여기서 ‘라떼’란 “나 때는…”이라는 요즘 말이다. 예전에는 “왕년(往年)에 내가 말이야…”라는 말을 많이 썼다. 지금 이 말을 쓰면 단박에 ‘기성세대’ 또는 ‘꼰대’라는 취급을 당할 것이다. 요즘 핸드폰만 보아도 기술이 얼마나 빨리 변하는지 알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경험이나 20~30년 전의 이야기를 고집하면서 하급 직원에게 자신의 주장을 강요(?)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후배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실현 가능한 일이라면 먼저 수용해서 적용하는 것이 지혜로운 상급 공무원의 태도 아닐까? 

 

‘공무원 세계’에 존재하는 하명하달의 업무체계는 어쩔 수 없다치더라도 지금은 부하와 상급자 보다는 ‘직장 동료’라는 의식으로 서로를 더욱 존중하고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공직문화 아닐까? 이제, 구태의연한 공직문화는 배척한다.

 

부천시청을 룸싸롱으로 바꿔라

 

그러나 이보다 심각한 것은 ‘개선 요망’ 2위 오른 인물이다. 이 항목이 어찌 1위가 아니고 2위로 밀렸을까 의심이 들 정도다. 

 

▲사무실에서 멜랑꼴랑 연애는 그만!! 직원에게 폭언과 술 강요도 그만!! 정당히 좀 해라. 참기 힘들다. ▲딸뻘 되는 여직원한테 치근덕거리는 게 그렇게 좋습니까? ▲직원을 접대부처럼 부리지 마세요 ▲인격모독 그만!!!!! ▲ 본인만 원하는 회식, 그만 권하고 너나 마시세요. ▲사무실이 로맨스 장소인지 모르겠네요.

이것이 진정 부천시청 사무실에서 보여지는 광경이고, 이를 바라보는 공무원들이 느끼는 감정이란 말인가? 이 표현대로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소위 3류 영화에서나 봄직한 장면이 부천시 길주로 210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니…. 정말 부끄러운 모습이다. 

 

몇 년 전, 우리 사회를 흔든 ‘미투운동’이나 끊임없는 성인지·성감수성 논란 등으로 이제 어느 정도 사회생활을 한 시민이라면 무엇이 성희롱이고 성폭력인지 대체로 구분은 할 줄 알 것이다. 더욱이 ‘공무원이라면’ 매년 의무적으로 마련하는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상급 간부 공무원에 대한 평가의 표현이 이렇듯 노골적이라는 점은 묵과하기 어렵다. 

 

그 간부 공무원은 그 직함을 즐기고 있는 것인가? 일반 회사도 아닌 관공서에서, 이제 막 공직에 입문한 초급자도 아닌 상급자가, 이런 낯 뜨거운 행동을 아무일도 아닌 듯 사무실에서 버젓이 보여주고 있고, 함께 근무하는 하급 직원들은 드러내놓고 지적도 못하고, 끙끙 참아내며 근무하고 있다니…, 이런 근무환경이 부천시청에서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이 정도 수준이면 영락없는 성희롱 현장이 아닌가! 

 

이런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부천시청 사무실은 국가 공무원이 근무하는 공공장소가 아니라 ‘룸 싸롱’이라고 간판을 바꾸어야 할 것 같다. 도가 너무 지나쳤다. 설마 아니겠지 위안을 할 뿐이다. 시민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아마, 너나 할 것 없이 세금이 아깝다고 생각할 것이다.

 

부천시청 직원들에 대한 성인지·성감수성 배양을 위한 실효성 있는 성희롱 예방교육을 요구하며, 2위에 오른 ‘개선 요망’ 간부 공무원은 더 이상 간부로서의 자격이 없는 듯하다. 과연 장덕천 부천시장은 시청의 간부 공무원에 대한 직원들의 이런 평가에 대해 알고 있을까? 만약 알면서 이를 방치하고 있다면 부천시 공직문화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1993년 개봉한 영화 <투캅스>가 생각난다. 정의로 가득 찬 신입 경찰이 들어와 선배와 어울리다 결국 비리 경찰이 된다는 이야기이다. 부천시청에서도 이런 일이 더 이상 묵과되지 않길 바라면서 일선 공무원들의 건투를 빈다. 

 

사람을 찾습니다. 부천시 간부 공무원으로 게계는 이 분들은 누구실까요?   © 부천시공무원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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