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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유감

김봉석 전 BIFAN 프로그래머 | 기사입력 2019/12/09 [05:04]

[특별기고]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유감

김봉석 전 BIFAN 프로그래머 | 입력 : 2019/12/09 [05:04]

[편집자 주] 이 글은 김봉석 전 BIFAN 프로그래머가 자신의 SNS를 통해 3회에 걸쳐 발표한 것이다. 본지에서는 필자의 협조를 얻어 전체 글을 전재한다.   
본고에 대해 부천시 한 관계자는 “김봉석 전 BIFAN 프로그래머의 사견으로 실제 운영과는 많이 다르다”고 말했고, 신철 집행위원장은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다”며 입장을 밝히지 않겠다고 말했다.  

  
보험모집인과 유사한 BIFAN 프로그래머 

▲ 김봉석 전 부천영화제 프로그래머     ©

자동차 딜러, 보험모집인과 유사한 위치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세무서의 직종 코드에 그렇게 신고 되어 있다는 것이다. 노동자가 아니고 사업용역 계약을 한 개인사업자.

 
2017년부터 부천영화제 프로그래머로 계약을 했다. 1년 계약, 주에 이틀 출근하고, 4대 보험이 없고, 영화제를 제외한 이전의 경력을 다 무시하고, 250만원을 받는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고,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받아들이고 시작했다. 주당 6시간 강의하는 시간강사도 원하면 4대 보험을 해주는 시대이기에, 2년 전 7월, 영화제가 끝난 후 프로그래머들이 4대 보험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당시 집행위원장, 부집행위원장이 동의한다고 말은 했지만, 2년이 지난 후 지난 10월 급여를 받을 때에야 겨우 가능해졌다. 작년부터 52시간 노동이 이슈가 되고, 영화제의 근무조건과 급여 등이 곳곳에서 문제가 되자 최소한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4대 보험이 아니다. 올해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회계사가 물었다. 직종 코드가 왜 이래요? 이건 자동차 딜러나 보험모집인에게 하는 건데. 사업 용역을 주고, 실적에 따라 수익을 나눠주는 직종 코드가 영화제 프로그래머에게 부여되어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프리랜서들이 주로 받는 직종 코드도 아니었다.

 
이런 경우 해고가 완전히 자유롭다. 1년마다 재계약을 하는데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해지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과거에 재계약이 안 되면서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한 프로그래머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 다 패소했다. 이런 계약으로는 당연히 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단지 해고만이 아니다. 자동차 딜러는 자동차 회사의 명령을 받지 않는다. 독자적으로 사업 운영을 하고, 자동차를 팔면 수익을 나눈다.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계약된 사업만 하면 된다. 안 팔면, 적게 팔면 자동차 딜러도 손해니까.

 
프로그래머의 임무는 영화제에서 상영할 영화를 선정하는 것이다. 부가로 프로그램 원고 작성과 GV(영화 관계자와 관객과의 대화) 진행 등이 있다. 신고된 직종으로 판단하면, 그냥 이 임무만 하면 된다. 출근도 필요 없고, 명령을 따를 필요도 없다. 심하게 말하면 영화만 골라 던져주고, 원고 쓰고, GV 진행만 하면 된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이틀 출근하고(영화제가 가까워지면 더 많이 출근한다),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일이 수없이 많다. 당연히 노동자로서 일하는 것이다. 이것은 명백한 불공정 계약이다. 지금 계약대로 유지하겠다면 부천시와 영화제는 하나를 택해야 한다. 출근이나 명령 없이 주어진 임무만 수행하게 하던가. 아니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여 새로운 계약을 하던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계약 조건이 왜 만들어졌을까.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과 프로그래머들이 일방적으로 해고된 사건이 있었다. 부천영화제를 10여 년간 주춤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당시 해고되었다가 돌아온 김영덕 프로에 따르면, 이전의 계약은 분명히 정상적이었다고 한다. 4대 보험도 있었고, 노동자로서의 권리가 보장되는. 그러니까 사건 이후에 계약서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추정해 봤다. 당시 부당해고를 한 후에 영화제를 장악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프로그래머들은 창의적인 전문직이라서 제대로 통제가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해고가 자유롭고, 최대한 영화제 조직에 개입할 수 없게 만드는 방법을 찾자. 이런 계약서를 만든 이가 누구인지, 동의한 당시 집행위원장과 사무국장이 누구인지 정말 궁금하다.

 
지금 부천영화제 프로그래머들은 조직에서 실질적인 권한이 하나도 없다. 집행위원회에도 포함이 안 되었다가, 계속 요구하여 지금은 수석 프로그래머인 김영덕 프로만 집행위원이 되어 있다. 조직도에 보면 프로그래머는 집행위원장 아래에만 있을 뿐, 사무국과는 별도로 놓여 있다. 심하게 말하면 사무국 직원은 프로그래머의 말을 무시해도 된다. 사업용역 계약을 맺은 외부 개인 사업자이기에 프로그래머의 명령을 따를 아무런 이유가 없다. 또한 프로그래머는 일을 진행하다가 예산이 다 사라지고, 뭔가를 하지 말라고 해도 손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대화? 하기는 하지만 말이 통하지 않고, 결국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한다.

 
프로그래머는 전문직이다. 영화제의 정체성은 결국 어떤 경향의 영화를 상영하고, 어떤 영화와 감독을 발굴하며 나아가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하지만 부천의 프로그래머들에게는 제대로 영화제의 일을 행사할 권한이 없다. 개선되기를 바란다.

 
올해 재계약을 앞두고, 부집행위원장에게 어떤 영화를 상영할 것인가 물었고, 선정위원회를 구성할 생각이 있다는 말도 들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프로그래머들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제정신인가 의구심이 들었지만 귀찮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황당하고 실현 불가능한 발상이라 대꾸할 필요가 없었다. 심사위원들이 매년 지역별로 300편의 영화를 본다고요? 전체 영화를 다 볼 거면 1000편 정도를 봐야 할 텐데. 프로그래머들이 일단 선정한 영화 중에서 고른다고요? 그럼 프로그래머의 역할은 1차 예심위원인가요? 그걸 내가 왜 하나? 1차로 영화 볼 사람이 필요하다면 확실하게 용역을 줘서 해외영화제 다니면서 영화만 전문적으로 보고 점수 매겨서 최종심 위원한테 던져주는 일만 하는 사람을 고용하면 될 텐데. 그러면 노동자냐 아니냐 따질 필요도 없고.

 
그러니까 프로그래머가 하는 일이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영화 보는 일이 노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꼭 있다. 게다가 외부인도 아니고 영화를 업으로, 영화 주변에서 살아 온 사람이 그런 헛소리들을 하고 있다. 지금 부천판타스틱영화제의 문제다.

 

영화제의 사조직화

▲ 제 23회 BIFAN 개막식에서 신철 진행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부천시민신문

최용배 전 집행위원장이 3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후 2018년 9월, 신철 신씨네 대표가 새로운 집행위원장으로 임기를 시작했다. 

 

신철 위원장이 먼저 한 일은 2명의 부집행위원장을 임명한 일이다. 지금도 신씨네에서 일하고 있는 조양일 부집행위원장과 전 경향신문 기자와 영화제작가협회 사무국장을 역임한 배장수부집행위원장이다.

 
먼저 부집행위원장이라는 직책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원래 부집행위원장은 명예직이고 급여가 없었다. 그런데 최용배 위원장과 함께 들어온 김종원 부집행위원장은 영화제의 모든 일에 관여했고, 급여를 받았다.

 
집행위원회에는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사무국을 총괄하는 사무국장이 있고, 프로그래머가 있다. 그런데 실권을 가진 부집행위원장을 추가로 임명했다. 새로운 직책을 만들거나. 기존의 직책 이름을 그대로 쓰지만 역할이 달라진다면 분명하게 필요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집행위원장과 사무국장, 프로그래머, 사무국 직원의 구성으로 무리 없이 돌아가는 조직 구성에서 부집행위원장은 필요하지 않은 자리였다. 그럼에도 상층에 자리 하나를 더 만들었다. 당시 시의회에서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그냥 유지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은 2명이다. 신철 집행위원장이 위촉되었을 때, 부집행위원장이 임명되지 않았고 없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추후 있더라도 기존의 명예직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공채를 거치지 않은 부집행위원장을 1명도 아니고 2명을 데리고 왔다. 자신이 영화제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 같이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급여는 이전의 김종원 부집행위원장이 받던 액수를 반으로 갈라 두 사람에게 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올해 영화제가 끝나고 재정비를 하면서, 2명의 부집행위원장 모두 상근으로 바꾸고 자신들의 급여를 두 배로 올리려 시도하고 있다. 예산이 부족하니 모든 비용을 줄이라고 사무국과 프로그래머에게 강요하면서도 자신들만은 예외로 한다.

 
급여의 문제만이 아니라 역할의 문제도 있다. 직위 상으로 부집행위원장은 집행위원장 바로 아래에 있다. 사무국장과는 애매한 관계다. 사무국장은 직접 사무국 직원들을 통솔한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면 부집행위원장이 직접 사무국 직원에게 명령을 내리는 경우가 많아진다. 부집행위원장이 실무에 개입하면 할수록 전체적인 시스템은 혼란스러워진다. 단지 그 이유만은 아니지만, 올해 영화제가 열리기 3개월 전 사무국장이 돌연 사임했다. 하지만 후임 사무국장을 뽑지 않았다. 지금도 없다. 사무국장 없는 영화제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영화제 한 달 전에 열리는 기자회견을 1주일 앞두고 홍보팀장이 그만 두기도 했다. 영화제를 처음 경험하는 부집행위원장 둘이 사무국 직원들에게 명령하며 우여곡절 끝에 행사를 치렀다.

 
2명의 부집행위원장 문제는 특정한 사람을 위해 굳이 필요하지도 않으며, 없었던 자리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가장 크다. 게다가 두 사람은 영화제에 대한 경험도, 전문성도 없었다. 프로그래머를 비롯한 영화제의 모든 구성원은 공채를 거친다. 전문성을 확인하고, 직책에 적합한 인물인지 검증을 거치는 것이다. 하지만 부집행위원장은 아무런 검증도 없이 직권으로 임명돼 프로그래머와 사무국 위에 존재했다. 그러니 층층시하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역할이 애매하고, 전문성이 없으며, 조직 체계가 명확하지 않은 부위원장이 2명이나 존재하는 영화제 조직은 혼란스러워진다.

 
코드 인사는 가능하다. 자신과 손발이 잘 맞는 사람을 조직에 두고 함께 일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렇다면 코드가 맞으며 전문성이 있는 이를 사무국장으로 뽑거나 기존에 존재하는 직책에 적합한 사람을 기용해야 한다. 측근을 데리고 오기 위해 부집행위원장의 수를 늘리고, 조직 전체를 총괄하는 역할을 주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영화제에는 집행위원회만이 아니라 조직위원회도 있다. 조직위원회가 상위 조직이다. 인사권이 있고, 영화제에 대한 주요한 결정이 이루어진다. 최용배 위원장 때부터 정지영 감독이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집행위원회는 집행위원장이 원활하게 영화제를 운영하기 위해 조직을 한다. 인사위원회는 집행위원장과 부천시 추천으로 이루어진다. 부천영화제는 거의 대부분의 예산이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 부천시와 경기도 등. 때문에 공정성이 요구된다. 많은 권한을 가진 조직위원회는 더욱 공정하게 구성되고, 운영되어야 한다.

 
지난 7월 열린 영화제에서 신철 집행위원장은 참석하는 거의 모든 행사에 박건섭 부조직위원장과 동행해 인사와 인사말을 하게 했다. 프로그래머나 사무국 직원들은 박건섭이 어떤 인물인지 몰랐다. 수소문을 해 보니 신철 위원장과 함께 신씨네에서 제작부장을 했던 영화인이라고 했다. 그 때는 그저 측근을 부조직위원장으로 앉혔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영화제가 끝나고, 정지영 감독이 조직위원장을 사임하겠다고 하자 신철 위원장과 조양일·배장수 부집행위원장은 박건섭을 새로운 위원장으로 추대하려 했다. 다행히 이사회에서 거부해 무산됐다. 조직위원장은 보통 영화계에서 명망이 있거나 공인된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대외적으로도 신뢰가 쌓이고, 전체적인 균형이 잡히기 때문이다. 박건섭 부조직위원장은  신철 집행위원장의 측근이며, 일반적인 명망이나 신뢰도에 있어서도 적합하지 않다. 박건섭을 조직위원장으로 올리려 한 것은 신철 집행위원장이 부천판타스틱영화제의 모든 실권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적인 성격의 영화제를 개인의 사적인 조직으로 만들려 한 것이다.

 
박건섭을 조직위원장으로 올리려는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새로운 조직위원장을 선임하지 않고, 다시 정지영 감독을 설득해 조직위원장을 유임하기로 하면서 지금의 체제를 유지했다. 1년 후 다시 정지영 감독이 사임하겠다고 하면 아마도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조직위원장을 선임하면 3년의 임기이기 때문에 박건섭이 조직위원장이 될 기회는 사라진다.

 
이미 말한 것처럼 영화제는 공적인 조직이고 행사다. 측근에게 없던 자리를 만들어주면서 조직의 모든 것을 전횡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다. 그리고 국민의 세금을 헛되게 쓰는 것이다.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부천판타스틱영화제는 개인의 회사가 아니다. 부천시의 엄중한 감시를 촉구한다.

 

영화 없는 영화제 
지난 7월 열렸던 부천영화제 기간에 포스팅 하나를 올렸다. 영화제의 주인은 누구일까. 대충 그런 내용이었다. 영화제의 주인은 하나가 아니다. 영화제가 열리는 지역의 주민이 있고, 영화제를 찾아오는 영화인과 관객이 있고, 영화제를 만들어 가는 구성원들도 모두 주인이다.

 
당시에 그런 포스팅을 했던 것은, 개막식 과정에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막식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중요한 것 하나는 레드카펫이다. 허례허식이라거나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영화제에 초청된 주요 게스트가 처음 관객과 만나고, 영화제의 공식행사를 함께 한다는 점에서는 무시하기 힘들다.

 
올해는 공중파에서 생중계를 했다. 한동안 생중계는 없었기 때문에 준비과정에서 여러 가지 혼선이 있었다. 레드 카펫을 준비하면서는 작년보다 줄어든 시간 때문에 고심을 했다. 그러던 중 개막식 직전에 레드카펫에 오르는 인원을 줄여야 한다고 담당자가 이야기했고, 신철 집행위원장이 명령을 했다. 국내외 단편영화 감독과 배우, 해외 장편 중 중요도가 떨어지는 영화의 게스트는 레드카펫에 세우지 말라는 것이었다.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일단 물리적으로 가능하다. 작품 별로 레드카펫에 서는 것을 몇 개 팀으로 묶어서 입장하면 시간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막무가내였다. 소리를 지르며 절대 올라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신철 집행위원장과 조양일·배장수 부집행위원장은 레드카펫을 진행해본 경험이 없었다.

 
모든 프로그래머는 매년 직접 레드 카펫을 진행한다. 필자도 2017~2018년 게스트를 레드카펫에 순서대로 올리는 일을 했다. 그 경험을 토대로 본다면,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른 프로그래머들도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올해도 현장에서 레드카펫 진행을 했을 때, 올리지 말라고 한 해외 장편 게스트까지 무단으로 다 올리고도 중간 중간 여유가 있었다. 더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 단편 게스트를 레드카펫에서 모두 제외시키고는, 위원장과 친분이 있는 어떤 프로듀서는 버젓이 레드카펫을 통해 개막식에 입장했다. 작품이 초청된 것도 아니고, 유명한 영화를 제작한 것도 아닌데….

 
단지 부당한 명령 때문에 레드카펫의 혼선이 있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신철 집행위원장이 영화와 영화인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조양일·배장수 집행위원장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부족하니 단편영화 게스트를 레드카펫에 불참시킨다는 명령에는 동의할 수 없었고, 인정할 수도 없었다. 단편을 만드는 영화인은 처음 영화제에 참가하는 이들이 많다. 영화제에 자신의 작품이 초청되고, 관객과 만날 기회를 얻은 것에 기쁨을 느낀다. 그 시작이 바로 레드카펫이다. 해외 게스트는 보통 예산 때문에 영화당 감독 1명만을 초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자비로 참가하는 경우도 매우 많다. 해외영화제는 자신의 영화에 대한 인정과 평가인 동시에 외국의 관객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다. 그들에게 레드카펫은 대단히 중요한 행사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집행부 3인은 단편영화를 만드는 영화인, 저예산 영화를 만드는 해외 영화인들이 부천영화제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공식적으로 말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장센 영화제와 일정이 겹치면서 벌어진 해프닝 역시 그렇다. 올해 일정을 2주 앞당기면서 시기가 같아진 미장센 영화제와 대책을 논의하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부천영화제는 올해 한국단편을 상영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내부에서는 반대가 심했다. 규모로 본다면 부천은 한국에서 2번째로 큰 영화제다. 영화감독과 배우만이 아니라 제작자와 프로듀서, 영화제와 영화사 관계자 등도 많이 참석한다. 해외 게스트들은 새로운 흐름을 발견할 수 있는 한국 단편을 관심 있게 본다. 이 과정을 통해서 해외영화제에 단편이 초청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런 기회를 완전히 박탈해 버리는 결정이 이루어졌다. 다행히 많은 비판이 있어 결정이 번복되었지만 애초에 이런 판단을 하는 것에는 영화와 영화인에 대한 집행부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영화인을 중심에 두지 않는 영화제는 과연 가능한 것일까.

 
신철 위원장은 새로운 것에 관심이 많다. 기존에 집행위원장이 가지 않았던 선댄스영화제와 SXSW에도 굳이 출장을 갔다. 뉴미디어, VR 등등. 다 좋다. 영화산업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지금 새로운 시선은 필요하다. 다만 새로운 것을 기존의 영화제에 어떻게 접목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고 실질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부천판타스틱영화제를 부천뉴미디어축제나 부천VR컨벤션으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비전을 먼저 제시하고 장기적인 플랜으로 옮겨가야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주먹구구고 일방적인 명령으로 결정된다. 내년 예산안을 시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갑자기 상영영화 편수를 거의 100편 가까이 줄여버렸다. 장편은 60편이 줄었다. 필자는 영화 편수를 줄이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 한국의 영화제는 지나치게 외연을 확장하고,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여 규모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일수도, 상영작 편수도 줄이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논의를 거쳐 어떤 비전을 갖고, 어떻게, 몇 편을 줄일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얼마 전에는 프로그램팀 이름을 영화팀으로 바꾸어 버렸다. 부천영화제에서 영화를 다루는 팀은 마치 ‘영화팀’ 하나인 것으로 들린다.

 
지금 부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영화는 중요하지 않다. 행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떻게 사람들 눈에 띄게 할 것인지에만 주력하고 있다. 영화 프로그램은 관객이 많이 들 수 있는 영화만을 찾으라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이게 영화제가 맞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영화에도 관심이 없고, 유명한 영화인이 아니라면 대우하지 않는 영화제는 과연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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